선거권 연령 16세 하향, 역사적 흐름이다
임시정부 때도 18세 이상...국제적으로도 16세가 대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 연령을 만 16세로 낮춰야 한다고 말하면서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권 연령의 역사를 되짚어 보자.
한반도에서 민주적 선거권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부터다. 1940년 임시 정부에서는 '약헌'을 통해 선거 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규정했다. 독립운동에 헌신한 청년들의 권리를 인정한 결과다.
그러나 해방 후 정부가 수립되면서 오히려 선거 연령은 높아졌다. 1948년 제헌국회는 당시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여 선거 연령을 만 21세로 책정했다. 1960년 제3차 개헌 때도 4·19 혁명 이후 민주화 열망 속에서 선거 연령이 만 20세로 한 살 낮아졌다.
2005년에는 청소년의 정치적 판단 능력이 충분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45년 만에 선거 연령이 19세로 낮아졌다. 그 후 2018년이 되어서야 선거 연령 만 18세 하향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로 인해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일부 고등학생을 포함한 청소년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선거 연령과 성년 연령 사이에는 규칙성이 없을까? 1960년 이후 선거 연령은 성년 연령과 똑같거나 더 낮다. 성년은 부모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경제적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의 기준이다. 반면, 선거권은 국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정치적 권리이다. 최근의 흐름은 "경제적 자립은 19세에 하더라도, 투표는 18세부터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세계의 흐름은 어떨까?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20세기 중반에 18세 선거권이 보편화됐고, 최근 20년 사이에는 이를 16세까지 낮추려는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2007년 오스트리아는 EU 국가 중 최초로 선거권 연령을 16세로 낮췄다. 도입 초기에는 우려가 컸지만, 20년 가까이 운영된 결과 16~17세의 투표 참여율이 18~20세보다 높고, 정치적 판단 능력 또한 성인과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며 성공 사례로 정착했다.
그럼 왜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출까? 18세는 고교 졸업, 대학 진학, 취업 등으로 삶의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라 투표율이 낮다. 반면 16~17세는 학교와 가정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 안에서 첫 투표를 경험할 수 있어 투표 습관을 형성하기 더 유리하다.
또 16세부터는 많은 나라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소득세를 납부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하거나 성적인 자기결정권을 인정받는다. "세금을 내고 법적 책임을 지는 시민이라면, 그 세금이 어떻게 쓰일지 결정할 권리도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정치권에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교육감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학교 현장을 정치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다른 선거와 연령 기준이 다른 것에 대해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반대 측 의견도 거세다.
하지만 그동안 주로 진보 진영에서 주장해 온 의제를 보수 여당의 대표가 직접 제안했다는 점에서 6월 지방선거 및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다. 투표권자가 고령층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선거 연령 하향은 급격히 줄어든 청년 유권자의 비중을 보완하여 국가 정책이 고령층의 복지에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청소년이 실제 투표를 통해 민주주의를 체험하면 ‘정치 효능감’이 높아지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청소년은 선동되기 쉽다”는 말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이 대한민국이 참정권 범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