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캐릭터 팔이로 돈 번다?

'로블록스' 플랫폼에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 게임, 윤석열·이재명 조롱 아바타까지 판매돼...'우려'

윤석열·이재명 캐릭터 팔이로 돈 번다?
서부건 기자가 로블록스 극우 집회에 잠입하고 있다. 사진 문성호 기자

로블록스(Roblox)는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이다. 로블록스가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 공개하는 수억 개의 게임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로블록스’ 게임 홈페이지.

로블록스는 우리나라에서 10대가 가장 많이 하는 게임 중 하나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메타버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메타버스 서비스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이 바로 로블록스다.

그런데 로블록스가 최근 ‘극우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고인모독 내용이 담긴 게임부터, 5.18을 비하하는 역사왜곡 게임이 등장하기도 하고, 게임에서 ‘윤어게인’ 시위가 발생하는 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고인모독 캐릭터’ 팔며 수익 올리는 유저들

로블록스 이용자들에 따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이용자들의 ‘아바타’다. ‘아바타’는 게임 내에서 이용자들이 서로에게 보이는 모습이다. 이용자들은 게임에 존재하는 아바타를 사고팔며 자신을 꾸밀 수 있다. 문제는 부적절한 내용의 아바타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다. 

로블록스에서는 고인모독과 전현직 대통령를 희화화하는 내용의 아바타들과 더불어, ‘윤 어게인’이 써진 옷이나 김문수 전 대선후보 선거복 등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상품도 팔리고 있다.

로블록스 ‘마켓플레이스’에서 팔리고 있는 ‘아바타’들의 모습.

실제로 게임에 들어가 보니 게임 내 ‘아바타’를 사고파는 공간에서 전현직 대통령들의 얼굴이 ‘당신을 위한 추천’이라며 맨 윗줄에서 팔리고 있었다. 이 ‘아바타’들을 만들어 파는 주체는 모두 게임 이용자들이다.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제도 덕분에 누구나 ‘아바타’를 만들어 팔 수 있다. 허가 제도가 있긴 하지만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어도 승인되는 등 유명무실하다.

이런 아바타들의 가격은 현실 돈으로 1000원에서 1500원 정도다.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낼 수 있는 수준.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학생은 토끼풀에 “‘친구들 중에 이런 ‘아바타’를 사용하는 사람을 봤다”며 “중학교 1학년 친구가 사용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조롱을 넘어, 이를 통해 게임 내 유료 재화(로벅스)를 벌어들이는 등 실질적인 수익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바타를 살 때 사용되는 게임 내 유료 재화 ‘로벅스’는 게임 홈페이지에서 실제 돈으로 환전할 수 있다. 

이런 명예훼손적 요소가 다분한 콘텐츠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재미로 소비되고, 수익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플랫폼 측의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UGC’ 시스템에 대한 모니터링이 결여된 상태에서 게임사는 수익 일부를 플랫폼 수수료로 취하며 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고인모독’ 게임부터 ‘윤어게인’ 게임까지 나왔다

로블록스 게임 목록.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게임이 많이 보인다.

로블록스 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극우화 문제는 비단 아바타 시스템에 그치지 않는다. 위 사진은 로블록스 홈페이지에서 검색어로 ‘노무현’을 입력하면 나오는 검색 결과다. 모두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게임들인데, 이들 중 일부는 유료 재화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등 수익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런 게임에 직접 들어가보니  ‘고인모독’이 게임의 주 내용이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합성 노래가 계속해서 나오는 게임도 있었다. 청소년이 사용자 대부분인 플랫폼에서 등장하기엔 상당히 부적절한 내용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공산당에 비유하며 사용자와 ‘북한군 모습을 한 현 정권’이 무기로 싸우는 내용의 게임도 있었다. 게임 이름부터 ‘재명의 공산화 막기’고, 사용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정상적인 게임으로 분류되어 있다. 내용은 둘째치고 제목부터 선정적이다. 이런 게임조차 필터링 되고 있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로블록스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게임을 만들고 공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문제는 게임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게임사의 심사나 사전 검토 제도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 따라서 내용의 적절성이 고려되지 않은 게임들도 얼마든지 플랫폼 사용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 

'애국대학'의 로블록스 집회 모습. 사진 문성호 기자

최근에는 ‘애국대학’이라는 극우 단체가 로블록스에서 ‘윤어게인’ 시위를 열어 내란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등 음모론과 중국인 혐오 주장을 표출한 일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게임 내 집회에서 ‘멸공’, ‘부정선거 척결’, ‘찢재명 구속’, ‘윤 어게인’ 등을 외쳤다.

이들은 게임을 ‘비공개 체험’으로 만들어 제작자의 승인을 받은 사람만 참가할 수 있도록 만들어 게임사의 단속을 피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디스코드’ 단체 대화방에 들어가 보니 “링크 외부 공유를 금지한다”, “시간을 미리 공개하면 좌빨들의 신고 테러가 있어서 긴급공지로 진행한다”는 말도 나왔다.

신고하는 사람이 없을 경우, 부적절한 게임이더라도 게임사가 관심을 쏟지 않아 검토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환경 때문에 부적절한 게임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시민사회의 지적 이후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비밀리에 운영되는 소규모 게임일 경우 제재를 쉽게 회피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비단 극우 성향의 게임에만 해당되는게 아니다. 게임 내 도박 문제, 미성년자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나 아동 성착취 등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호주 정부는 최근 “아동들이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성적으로 노골적인 콘텐츠를 포함해, 선정적이고 불필요한 사용자 제작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다는 보도에 우려를 나타냈다”라고 밝히며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10대가 주 연령대인 게임 플랫폼에서 고인모독 게임이 출시되고, 중국인 혐오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는 것을 단순히 ‘놀이’나, ‘게임’이라고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디지털 놀이터가 되어야 할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폭력과 혐오 선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게임사 로블록스는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자극적인 콘텐츠 판매 수익의 일부를 플랫폼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다. 로블록스는 플랫폼 사용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해결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