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이 뮤지컬로?

'2021 교보문고 올해의 책' 등 수상 '긴긴밤', 뮤지컬로 제작 - 이하진 기자

'올해의 책'이 뮤지컬로?
사진 라이브러리컴퍼니 유튜브 캡쳐

웬만한 초·중학생이라면 권장 도서 목록에서 한 번쯤 보았을 <긴긴밤>이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2026년 1월 21일부터 3월 29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드림 1관에서 공연을 올린다.

라이브러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인 <긴긴밤>은 2024년 10월 초연을 올린 뒤 2025년 3월에 앵콜 공연을 올렸을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작품으로, 코뿔소인 노든과 어린 펭귄이 바다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긴긴밤>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조명이다. <긴긴밤>의 무대는, 간략하게 말하자면 '공허'하다. 무대 가장자리에 풀 몇 포기가 돋아 있는 것을 제외하면 하얀 바닥과 배경이 전부이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배우의 연기, 소품의 활용 등에 온전히 의지하게 되는데, 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조명이다.

사진 라이브러리컴퍼니 유튜브 캡쳐

무대에서 다양하게 변주하는 조명의 색과 모습은 무대의 빈자리를 채울 뿐 아니라 단절과 연결을 나타낸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동물들인 '노든'과 '앙가부'가 갇힌 우리는 조명으로 표현된다. 빽빽한 쇠창살이 내린 무대 위에서 앙가부는 비로소 자유를 꿈꾸게 된다. 또한 무거운 푸른색이던 조명이 서서히 붉은빛으로 물들 때에, 관객들은 노든과 펭귄의 ‘긴긴밤’이 끝나가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다른 주안점은 넘버를 통한 정서 전달과 스토리의 축약이다. 주인공 노든이 코끼리 고아원에서 나온 뒤 동물원으로 오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넘버, <바람보다 더 빠르게>는 책에서 세세하게 다뤄졌던 내용을 100분짜리 공연에 밀도있게 녹여내기 위한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시간 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원작과는 달리 뮤지컬은 펭귄과 함께 바다를 향해 떠나는 노든이 과거를 회상하는 액자식으로 이야기가 구성되는데, <바람보다 더 빠르게>에서는 노든이 처음으로 자유를 느꼈을 때, 가정을 이뤘을 때, 동물원으로 잡혀들어갔을 때의 이야기가 전부 드러난다. 가만히 앉아서 봐야 하는 공연 특성상 늘어진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노래 한 곡으로 요약한 것이다. 

공연 내에서 코뿔소와 펭귄은 모두 인간 배우가 연기한다. 자칫 어색하거나 과하게 느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긴밤>은 인형탈 대신 해당 동물의 특성을 나타내는 간단한 의상과 소품을 이용함으로써 한계를 극복한다. 펭귄의 반바지와 노란 목수건, 코뿔소의 뿔 소품, 코끼리들이 든 기다란 호스 등이 그 예이다. 배우들 또한 자신의 배역이 맡은 동물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연구해 훌륭한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은 걸음걸이나 사소한 손동작에서도 코뿔소와 펭귄을 느낄 수 있다. 

사진 라이브러리컴퍼니 유튜브 캡쳐

뭐니뭐니 해도 <긴긴밤>의 가장 큰 장점은 연령대에 무관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라는 것이다. 여러 실험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긴긴밤>은 원작 동화를 읽은 어린이들은 물론 청소년들과 어른들도 유치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객석에 앉은 어린이들은 집중이 흐트러질 틈도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고, 끝내는 어른들도 울면서 극장을 나온다.

청소년들과 어른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몰입할 수 있는 까닭은 어쩌면 그들 또한 ‘길고 긴 밤’을 거친 경험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그저 그렇게 되어버린 일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그렇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누군가는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그런 종류의 일들. 그러나 그 밤을 버티고 버티면 결국 아침은 오기 마련이라는 걸, <긴긴밤>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깨우쳐 준다. 

현재 뮤지컬 <긴긴밤>은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공연에 한하여 초·중·고·대학생들을 대상으로 40%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진행하는 이 할인 혜택은 2월 26일 목요일까지 받을 수 있다.

이번에 졸업을 했거나 졸업 예정인 학생의 경우에는 평일 공연에 한해 전석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겨울방학 중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내서 할인을 받고 뮤지컬을 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