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런 애들이 다 있냐

김기수 선생님(강릉 운양초등학교)

무슨 이런 애들이 다 있냐

‘아이들은 무조건 나보다 훌륭하다.’

나는 이 말을 믿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이 말이 거짓이 아님을, 하나의 진리로서 받아들이게 됩니다. 토요일 아침에 만난 토끼풀 청소년들은 내가 믿는 진리가 거짓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토끼풀의 등장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습니다. 날다학교에서 아침 10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토끼풀 친구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더니 10분 정도 지나자 명주동 골목을 뛰어 날다학교에 왔습니다. 새벽부터 서울에서 출발해 강릉에 온 네 명의 토끼풀은 강릉에 오며 두 명이 핸드폰을 잃어버렸답니다. 나와 연락을 주고 받던 문성호 편집장도 핸드폰을 KTX에 두고 오는 바람에 연락을 주고 받지 못했습니다.

멀리 철원과 춘천 그리고 속초에서 토끼풀을 만나러 선생님들과 학부모, 청소년들이 모였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끼풀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는데 아뿔싸, 문성호 편집장이 걸음을 옮기다가 빔프로젝터를 연결한 선을 빼먹었습니다. ‘딱’ 중학교 청소년 모습 그대로인 그들의 유쾌한 등장에 다들 아침 잠이 달아난 표정을 지으며 토끼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교의 크고 작은 소식을 전하려고 시작한 학교 밖 자율동아리 토끼풀은 학교 내부 소식이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불편해하는 선생님들 때문에 어느 학교에도 소속되지 않는, 지극히 타의적으로 청소년 독립 언론이 되었습니다. 학교 내부 이야기를 담지 못하니 학교 밖 교육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고, 어른들의 프레임은 그들을 좌파 언론으로 낙인찍었습니다. 학교에서 극우 청소년들은 그들의 신문을 버리고 찢고, 찢은 신문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돌려주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포기할 만도 한데 그들은 위기를 기회 삼아, 시련을 디딤돌 삼아 계속해서 토끼풀 활동을 키워갔습니다. 토끼풀이 대화의 창이 되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그들은 애국보수 청소년 독립 언론이 생기길 기다린다고, 극우 청소년들에게 기고문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토끼풀의 이야기는 언론인이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바람직한 시민의 태도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그들 앞에서 내가 갖고 있던 가치와 의미, 언어와 행동이 모두 해체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스타트업처럼 움직이는 조직구조와 활동,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며 배움을 얻고 이를 학습하고 내재화하는 과정이 굉장히 빨랐습니다. 무엇보다 유쾌하게 모든 상황을 마주하고 돌파하는 모습, 실패해도 괜찮고 기계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부지런함보다 한 번의 스파크가 일어났을 때 몰입하고 끈기로 버티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마치 내가 구닥다리가 된 것 같았습니다. 아, 그들이 발표하는 모습에 집중하느라 그들이 하는 말을 모두 받아적지 못한 걸 후회하고 또 후회합니다. 아직까지도 토끼풀이 나의 세계에 전한 충격이 가시지 않습니다.

“토끼풀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할 것 같지는 않아요.” 장칼국수를 먹으며 문성호 편집장이 말했습니다. 미래야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그가 한 말 속에서 토끼풀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들의 활동을 돕는 다정한 이웃이 늘어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오늘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오늘이 행복한 어린이’와 겹쳐보였습니다.

강릉 바다가 보고 싶다는 말에 그들을 강문 바다에 태워다줬습니다. 강릉에서 1박을 하고 싶지만 문성호 편집장이 학원을 가야 한다는 말에 다시 중딩 청소년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처음과 마지막은 분명 중학교 애들인데, 찰나의 몇 시간동안 마주한 모습은 분명 나와 같은 시민이고 배울 점이 많은 이웃이었습니다. 아, 그들이 또 보고 싶습니다. 토끼풀과의 만남은 단언컨대 올해 들은 강연 중 최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