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학교공동체 위해선 정당한 표현의 자유 강화돼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청소년이 취재와 기사 작성, 편집과 발행까지 직접 진행하는 언론 <토끼풀>의 활약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넬슨 만델라는 "비판적이고 독립적이며 탐사적인 언론은 모든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청소년이 만드는 독립 언론은, 오늘의 학교 민주주의가 더욱 튼튼한 생명선을 확보했다는 징표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기본법 제2조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을 공교육의 주요 목표로 규정합니다. 이를 위해선 세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지식뿐 아니라, 공동체를 함께 이끌어가는 자치의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학생 자치는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에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 학생들이 수동적인 교육 대상이 아닌 ‘교복 입은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학생생활규정 제·개정 과정에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학생참여예산제를 도입해 학생들이 학교 예산 편성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하여 학생회 공약 이행, 학생 제안 사업 실현 등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단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민주적 자치에 따른 자기결정 역량과 책임 의식을 기르는 기회가 됐습니다. 또한 학생인권종합계획을 통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비판과 토론의 장을 여는 언론 활동이 보장될 때,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교복 입은 언론인’이 만드는 <토끼풀>이 서울 교육 공동체가 한 차원 높은 자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민주적인 학교 공동체를 실현하려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학생 자치가 학생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다루기보다 학생회 중심의 '일회성 행사'로 축소되는 경향을 넘어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정당한 표현의 자유가 보다 강화돼야 합니다. 또 학생 자치 기구가 온전히 학생의 뜻을 대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노력이 배가돼야 합니다.

아울러 학생 자치의 경험이 민주적이고 인권 친화적인 미래 사회를 이끄는 시민으로 자라기 위한 교육 과정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자라나는 세대에겐 성인보다 더 많은 '실패할 자유'와 ‘성찰의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학생 자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시행착오와 갈등이 보다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의 자양분이 되는 배움은 대부분 시행착오와 갈등을 거친 뒤에 얻을 수 있습니다. 학교와 교육청이 할 일은 학생들의 참여와 도전, 창의적인 시도를 미리 차단하는 게 아닙니다. 시행착오를 돌아보며 새로운 배움을 얻고, 갈등을 풀고 화해를 이루며,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감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습니다. 

끝으로 당부드립니다. <토끼풀> 기자와 독자는 학교 자치와 민주주의를 가장 앞장서서 이끄는, 서울교육공동체 구성원입니다. 학교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부당함에 맞서는 용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정을 계속 키워주십시오. 이와 함께 권리에 따른 책임,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함께 길러주십시오. 저는 앞으로도 <토끼풀>의 독자이자 가장 가까운 동반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