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복 선생님께 모든 시선을
언론탄압 특집호 시민기고 - 베라
여기에 성폭력을 당한 여학생을 보호하려다가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신 선생님이 계신다. 당신이라면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중학교에서 주변의 남학생들로부터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성희롱에 지쳐 고등학교에 가지 않은 학교밖청소년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선생님과 함께 목소리를 낼 방법을 찾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그 일부이리라.
지혜복 선생님은 2023년 6월에 여러 여학생들이 지속적인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되셨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하지만 해결 과정에서 담당 선생님이 가해 학생들에게 피해 학생들의 신원을 알려주고 피해 학생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이들은 용감하게 피해 사실을 밝힌 학생들 앞에서 대놓고 추가적인 성희롱을 하거나, 커터칼을 드르륵거리고 다니거나, 책상 의자를 넘어뜨리는 등의 2차 가해를 했다.
학교에서 문제 해결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자 지혜복 선생님은 이런 2차 가해들을 서울시 교육청에 공익 제보*(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을 제보하는 것)했다. 그리고 2023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이 신고가 정당하다는 공문을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치던 학교에서 부당하게 전보*(다른 학교로 이동)를 당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 전보가 부당하다고 인정하기는커녕 전보된 학교에 출근하기를 거부한 선생님을 해고시켰다. 이후로 학생들은 끊임없이 2차 가해를 겪고, 자신을 지켜주려 했던 선생님이 떠나는 것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다. 모두가 졸업하고 난 지금까지도 말이다.
이 모든 과정이 반민주적이고 반여성적이다. 문제의 시작점인 학교의 대응도 화가 나지만, 개인적으로 화가 더 크게 향하는 곳은 교육청이다. 이 사건의 해결에 책임을 질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부당 전보를 정당하다고 하고, 선생님을 해고하기까지 하다니 말이다. 2025년 2월 28일에는 교육청에서 집회를 하던 23명을 연행하기도 했고,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지혜복 선생님의 부당해고 재판 최종변론이 11월 13일에 서울행정법원에서 있다. 그리고 추후 재판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지혜복 선생님이 가르치시던 학교로 돌아간다고 해도 정년이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아 오랫동안 학교에서 지내지는 못하실 것이다. 애초에 자신을 그렇게 박하게 대하던 학교로 왜 돌아가고 싶을까.
나는 불안하다.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시면 이 세상을 어떻게 되는 걸까. 앞으로도 학교에서의 성폭력 피해는 계속해서 묵살되고 2차 가해가 서슴없이 이어지는 현실이 계속되는 건 아닐까.
지혜복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단지 지혜복이라는 개인의 일이 아니다. 모든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서, 성폭력이 없는 학교를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