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와 그 경계: ‘토끼풀’과 ‘연세춘추’ 백지 호외에서 우리가 반추해야 할 것

장두원 신용상담센터 전문위원(전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 청년특위위원)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등골이다. 권력과 자본의 입김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언론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자유의 등불은 너무 자주 꺼질 위기에 처한다. 지속적으로 세계 언론자유지수가 한국에게 ‘문제 있음’ 평가를 내린 것도(국경없는기자회) 그 단적인 경고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내부에서도 우리 언론의 자유는 충분히 위협받고 있는 것일까? 이번 은평구 청소년 언론 '토끼풀'의 사례를 보며 과거 연세대 학내 언론사 연세춘추의 2013년 백지 호외 발행을 돌아보는 것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이 순간의 언론 자유를 성찰하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바를 다시 설정하는 데 유의미한 지침과 교훈을 준다.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3월 11일, 연세대학교 학생신문 연세춘추는 호외판 1면을 완전히 백지로 발행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는 학교가 구독료(연세춘추비)에 대한 지불 방식을 변경하면서 예산이 급감한 데 대한 항의였다.

기존에는 학생 등록금 고지서에 연세춘추비가 포함되었지만, 교육부의 권고로 ‘선택 납부제’로 바뀌면서 학생 자율 납부로 전환됐다. 그 결과 학생들의 납부율은 매우 낮았고, 신문의 연간 예산은 급감했다.  당시 연세춘추 학생 편집국은 “정론직필이라는 사명을 무너뜨리는 재정 구조 변화”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백지로 인쇄된 신문은 역설적이다. 내용은 없지만, 오히려 그 ‘공백’이 매우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침묵을 통한 항의는 언론이 단순한 정보 전달 매체를 넘어서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언론은 때때로 말하지 않음으로써 가장 강하게 말한다.

이 백지 호외는 단순한 경영 위기의 표시나 학생신문의 생존 투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언론의 존재 이유, 즉 독립성과 공공성에 대한 절망적 호소였다. 연세대 공식언론사 연세춘추는 그당시  “언론 탄압과 다를 바 없다”고 성명으로 표현했고, 이는 학교 운영 주체에게 ‘언론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라는 경고였다. 연세춘추의 사례는 단순히 과거의 대학 신문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언론 자유의 취약성이 경제 구조 속에 깊이 내재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많은 언론사가 광고, 구독료, 후원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재정 압박은 필연적으로 편집권과 자율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편집권 침해 자기검열, 심지어 언론의 정체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은평구 청소년 언론 ‘토끼풀’이 학교의 부당한 검열과 압수 조치에 맞서 1면을 전격적으로 백지로 발행한 것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일깨워주는 매우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