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목소리가 두려운 학교에게

언론탄압 특집호 시민기고 - 조은솔(안양 백영고등학교 1학년)

이번 청소년 언론 탄압 사태를 접하고서, 신문부 편집장으로 활동하던 중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직접적으로 기사 내용을 검열하거나 게시를 막지는 않았지만, 나는 학교의 분위기 때문에 늘 눈치를 보면서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 부끄럽지만 후배들에게도 정치적인 내용의 기사는 최대한 쓰지 말고, 학교 행사에 관한 내용은 긍정적인 평가로만 채우라고 조언했다. 다른 학교들이 흔히 그렇듯, 우리 학교도 학교에서 주최한 행사에 대해 부정적인 평을 듣는 것과 정치적인 논란을 만드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 사실을 누구도 직접 알려준 적은 없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들과의 마찰이나 신문에 문제가 생길까 두려웠던 나는 ‘안전한’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학생들이야말로 가장 공정하고 정확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그 당시 후배들의 기사는 미숙한 점도 있었지만, 때로는 기성 언론들보다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 외에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신문부 부원들은 내가 알려준 대로 기사를 쓰기 전에 팩트체크를 하고, 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했다. 물론 학생 언론은 학교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벌써 남의 눈치를 보며 글을 쓰는 방법을 가르쳐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학교는 학생들의 시선을 신뢰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최소화해 학생들이 진짜 언론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언론의 자유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규칙을 만들 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많은 학교들의 관행이다. 어떤 학교들은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아예 없고, 있다고 해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 ‘학생이 주인인 학교’, ‘민주적인 학교’ 같은 슬로건을 내걸면서도 정작 학생의 의견은 ‘어린애들의 불평’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학교의 일방적인 정책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책으로만 배울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야 이해할 수 있는 가치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민주화의 중심에는 항상 학생들이 있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학생들의 힘을 인정하자. 학교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그 목소리가 더 멀리 퍼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눈치 보며 글을 쓰는 학생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낼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 여기 학교에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