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언론을 ‘운동의 도구’로 여기는 ‘자칭 진보’

성북구 청소년 독립언론 '이음'에 대한 언론탄압과 집단린치에 반대하며 - 차종관

독립언론을 ‘운동의 도구’로 여기는 ‘자칭 진보’
성북구 청소년 독립언론 '이음'이 지난달 16일에 창간식 및 창립총회를 개최한 모습. 사진 문성호 기자

성북구 청소년 독립언론 <이음>의 장효주 편집장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측으로부터 출판기념회 축사 요청을 받았고, 내부 결정을 거쳐 구성원들과 함께 축사 영상을 제작해 보냈습니다. 이는 언론이 취재원 및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공적인 자리에 참여해 관계를 형성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 수행입니다. 장 편집장은 이전에도 여러 교육감 후보의 행사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의당 당적을 가지고 언론 활동을 하는 것을 문제 삼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언론인 개인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것조차 전면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하며 언론인의 기본권을 존중한 바 있습니다. 더구나 청소년 활동판은 한 줌도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으며, 특히 원외 정당인 정의당의 경우 다룰 의제에 비해 활동가 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다양한 의제를 다루며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일은 이 판에서 흔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해직교사 지혜복 씨를 포함한 일부 운동가들은 장효주 편집장이 언론 자격으로 정근식 교육감에 축사를 보낸 것을 정의당원의 정치적인 지지 표명이라며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장 편집장을 비난하는 여론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장 편집장에게는 ‘해당행위자'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장 편집장의 축사를 "탄압의 주체와 한 축에 서는 행위"라고 매도하며, 정의당 청소년위원회에 "논의 및 조치"를 요청해 사실상의 퇴출 압박을 가했습니다. 결국 장 편집장은 동료 당원에게 사임하라는 압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언론인이 불합리하게 탄압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

청소년녹색당은 9일 "청소년언론의 활동 역시 운동의 국면 속에서 어떤 위치에 서는가에 대한 비판은 언론의 독립성과 별개로 제기될 수 있다"며 "운동 내부에서 필수적인 정치적 토론"이라고 입장을 냈습니다.

윤수영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과 해직교사 지혜복 씨. 사진 ‘수영’의 페이스북, 차종관

이날 윤수영 녹색당 부대표·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은 ‘청소년 언론의 중립성’에 관한 다자 토론을 정의당 청소년위원회·<토끼풀>·<이음>에 제안하고 나섰습니다. 윤 비대위원은 "청소년 언론의 '중립'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학교 안 성폭력과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교사 앞에서 언론의 중립은 과연 적절한 태도인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토론을 통해 "진보정당 내 청소년 운동과 청소년 언론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따지자"고도 했습니다.

이는 토론이라는 형식상 민주적인 절차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비겁한 검열이자 위력 행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미 청소년녹색당이 조직적인 조치를 요구하며 압박을 가한 상황에서 제안된 토론은 대등한 주체 간의 논의가 아니라, 다수의 위력으로 특정 개인과 언론사의 활동을 심판하려는 시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언론의 정체성과 중립의 가치는 외부의 토론 대상이 아닙니다. 언론의 편집 방향을 정당 활동가들이 끼어들어 결정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상식에 어긋나는 반헌법적 개입입니다. ‘중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오직 취재 현장에서 기사를 쓰는 청소년 언론인들의 고유 권한입니다. 이를 정치적 토론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인 겁니다.

윤수영 비대위원의 언행은 청소년 독립언론을 자신들식 운동의 일부로 생각하거나 종속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뒤틀린 언론관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발상은 북한 조선노동당의 <노동신문>을 연상케 하며, 청소년 운동가들의 의식이 파시즘으로 향하고 있다는 절망감마저 들게 합니다.

노동탄압 피해자 지혜복 씨는 언론탄압 비호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지 씨는 지난 11일 집회에서 "가해자의 출판기념회에 축사하는 것은 가해자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청소년 동지들께서 그래선 안 된다고 문제제기하는 것 또한 옳다"고 선동했습니다. 또한 장 편집장의 언론 활동에 대해 청소년 운동가들이 "2차 가해"라며 집단적으로 비난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현장의 청소년 운동가 몇 명을 콕 찝어 박수를 유도하며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지혜복 씨가 무고한 청소년 언론인을 향해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 행위로 비춰집니다. 지혜복 씨가 자신을 선으로, 정근식 교육감을 악으로 규정한 뒤, 근처에 있는 무고한 이들까지 악으로 치부하고, 청소년 운동가들을 선동해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흑백논리이자 크나큰 오류입니다. 청소년에게 검열 논리를 주입하며 선동하는 자가 교육자의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 들게 됩니다.

순서대로 ▲9일 게시된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문 중 일부 ▲9일 게시된 윤수영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의 토론 제안문 중 일부 ▲지난해 11월 23일 게시된 지혜복 씨의 <토끼풀>에 대한 비판, 정근식 교육감의 기고를 실었다는 이유로 “언론이 가야할 길을 다시 고민”하라고 썼다, 12일 기준 9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 ‘청소년녹색당’ 및 ‘수영’의 페이스북, ‘지혜복’의 X(트위터) 갈무리

이러한 무분별한 선동과 악의적인 여론 조성의 결과는 참담합니다. 쓰레드와 X(트위터), 심지어 장효주 편집장 개인 페이스북에까지 무분별한 악성 댓글이 쏟아지는 집단린치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미 <토끼풀>과 <이음>은 여러 차례 소셜 미디어 상에서 강성 운동가들에 의해 집단린치를 당하며 위협을 느낀 바 있습니다. 청소년녹색당과 지혜복 씨의 행태에 의해 상처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청소년 독립언론은 그동안 신문을 압수하고 폐기하는 학교의 탄압 속에서도 굳건히 편집권을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 청소년 독립언론을 자신들의 운동 도구로 종속시키려 들고 있습니다.

청소년녹색당은 정치와 청소년 운동을 논하기 전에 올바른 언론의식부터 갖춰야 할 겁니다. 공당의 책임으로서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한 입장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이 온당합니다.

지혜복 씨 역시 집회에서 청소년 운동가들을 선동해 독립언론을 괴롭히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자신의 언행에 대한 무게를 알며, 청소년 언론에 대한 존중과 민주시민의식을 먼저 갖춰야 합니다. 노동탄압에 맞서는 해직교사라 해서 늘 옳고 정의로운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청소년 독립언론 탄압을 비호하며 불필요한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겁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그것을 말할 권리는 내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다." 볼테르 평전에 나오는 이 격언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입니다. 필자를 비롯한 동료 언론인들은 이 격언을 실천하며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이가 누구든 치열하게 맞서 정론직필을 도울 것입니다.

필자는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지난 10년 간 언론자유 실현을 위해 활동해왔습니다.
본 기고문은 <토끼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