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언론의 백지 1면에 담긴 용기

언론노조 윤성구 사무처장

은평구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독립신문 <토끼풀>은 최근 발행한 15호 신문에서 1면을 백지로 내보냈다. 지난 8월 28일, 신문을 배포하던 중 신도중학교가 약 300부의 신문과 기자 모집 포스터를 압수한 사건에 대한 항의였다. 학교는 “모든 인쇄물의 배포를 금지한다”, “교칙 위반”, “제2·3의 학생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등 상식 밖의 이유만을 내세웠다.

신도중학교에서 발생한 일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정면으로 거스른 명백한 검열이었다. 토끼풀 기자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이유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교육의 중립성,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 민원 발생 소지 등을 고려해 결재를 받고 배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토끼풀>의 기사 중 어느 부분이 교육의 중립성을 해쳤다는 것인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토의하고 작성한 기사를 ‘정치적’이라 규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치적인 행위 아닌가. 하지만 토끼풀 기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그들은 백지 1면으로 응답했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나 또한 2001년,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 교지편집부 활동 중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학교 비판 기사를 실은 신문이 일방적으로 수거·폐기되던 날, 밤새 만든 신문 더미가 마대자루에 담겨 분리수거장으로 실려 가던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토끼풀>의 백지 1면을 보며 그때의 답답함과 분노가 되살아났다. 세대는 달라졌지만, 청소년 언론을 향한 검열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언론노조의 사무처장으로서, 이번 <토끼풀>의 1면 백지 발행은 결코 ‘작은 사건’이라 부를 수 없다. 청소년 언론은 사회의 가장 첫 목소리이며, 비판과 탐구의 씨앗이다. 그들의 글이 멈추는 순간, 민주주의의 뿌리 또한 마른다. 토끼풀 기자들의 용기는 단지 한 학교의 벽을 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에 맞서는 모든 언론인의 싸움과 맞닿아 있다. 권력은 언제나 ‘그들만의 이유’를 내세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왔다. 그러나 언론은 언제나 그 벽을 넘었다. 나는 확신한다. 내일의 <토끼풀>은 또한 그 벽을 넘어설 것이다.

백지로 남은 1면은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몸담고 있는 언론노조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다. <토끼풀>의 용기 있는 기자들, 모든 청소년 언론인들에게 깊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그들의 싸움은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