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에게 ‘말할 권리’를!

강민정 전 국회의원(21대)

중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신문이 학교 측에 의해 압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학생기자들은 이에 항의해 백지신문을 발행했다. 1974년 박정희 시대 언론탄압에 대한 저항의 도화선이 된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가 2025년에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학교에서 완벽하게 재현된 것이다.

이는 군사독재를 끝낸 이후 민주주의가 확장되고 독재시대에 비해 학생인권이 많이 확대되었다고 하는 우리 사회에서 유독 학교는 여전히 51년 전과 다를 바 없는 민주주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아직도 학생인권조례 존폐가 논란이 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본권이다. 언론의 자유는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며, 무엇보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여 사회를 건강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생각하는 존재’라는 것은 인간을 다른 생물과 구분 짓는 가장 커다란 특징이다. 따라서 이 ‘생각’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을 부정하는 일이 된다.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혐오와 차별, 사실을 왜곡하는 가짜뉴스가 아니라면 연령과 성, 지역,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에게 말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아동·청소년을 스스로 생각하는 삶의 주체로 인식하지 않는 관념이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동·청소년들에게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는 삶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보호’라고 쓰고 ‘감독·통제’라고 읽는 일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러나 굳이 말하자면 성장과정에 있는 아동·청소년일수록 더 많은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실수나 실패를 통해 성장할 기회를 더 많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를 누리고 권리를 행사해 볼 때 책임진다는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언론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고 격려 받아야 할 일이다. ‘토끼풀’ 사태를 통해 비로소 아동·청소년 언론의 존재를 알게 되어 그동안 이를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주지 못했던 사실에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꼈었다.

교육기본법 제2조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르는 것이 교육목적임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학교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법이 명령한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르는 가장 교육적인 일이기도 하다. ‘토끼풀’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