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두시까지 학원 다닌다?

고등학생 학원 운영시간 연장 조례 발의..."누구를 위한 법인가" 비판 폭발

이제 열두시까지 학원 다닌다?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강남구청 아카이브

길을 가는 아무 청소년이나 붙잡고 '학원에 다니는지' 물어보면 얼마나 많은 수가 그렇다고 대답할까.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서울 초·중·고교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무려 초등생 87.7%, 중학생 78.1%, 고등학생 67.3%다. 10명 중 8명 이상이 학원에 다니는 것. △사교육비 경감 △학생 수면권 보장 △공교육과의 형평성 유지를 위해 서울시는 현재 조례를 통해서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의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고등학생 대상 학원의 운영 시간이 밤 10시에서 12시까지 확대된다고 한다. 지난 10월 20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정지웅 의원은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학교교과교습학원, 교습소와 개인과외교습자의 교습시간을 정비하여 학습권 보장과 타 시·도교육청과의 교육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것이 발의 이유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초, 중학생들은 현행 조례와 동일하게 밤 10시 이후 학원 수업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자정까지 학원 수업이 가능해지게 된다.

해당 개정 조례안 신·구 조문 대비표 (서울특별시의회 공고 제 638조)

왜 고등학생만?

학원의 운영 시간을 제한하는 것에는 △사교육비 경감 △수면권 보장 △공교육과의 형평성 유지라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존재한다. 해당 개정안은 초·중학생을 제외한 고등학생의 경우에만 자정까지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한다.

'고등학생은 잠을 덜 자도 되는가'나 '돈을 더 써도 되는가' 하는 의문점을 남긴다. 나이가 많으니 수면 시간을 줄여서 공부하고 사교육비를 더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차별적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 성평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죽고 싶은 이유’ 중 학교 성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육박했다고 한다. 극단적인 학업 경쟁에서 버텨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교육 방향이 올바른가'라는 질문이 나와야 하는 시점인데, 자정까지 학생을 학원으로 보내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시민들의 반응 또한 참담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해당 입법예고의 의견목록에는 “누구를 위한 법입니까!”, “학생에게 꿈꿀 시간을 주세요”라는 의견이 보인다.

해당 입법예고의 시민 의견들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의견은 소외

이 개정안의 당사자는 청소년이지만 정작 그들은 의견 수렴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다. 대다수 청소년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청소년이 당사자인 조례이지만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고 찾지도 않을뿐더러 의견 수렴의 장을 마련하지 않는다.

만일 이 소식을 접했다 하더라도 투표권조차 없는 청소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울특별시의회 웹사이트에서 해당 입법예고를 찾아 반대한다는 의견을 등록하는 것뿐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미성숙하다’는 편견 아래 무시하고 있다. 청소년이 당사자인 법률을 만드는 과정에서조차 그렇다. 교육 관련 법률 수렴 과정에서 청소년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