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스쿨, 법정부담금도 안 내면서 포교만?

종교재단 92% 법정부담금 미납하는데... 예배 필참에 종교 수강률 100% 학교도

미션스쿨, 법정부담금도 안 내면서 포교만?
서울 한 중학교 교목실 모습. 사진 문성호 기자

중학교는 의무 교육과정이다. 좋든 싫든 거주지 인근의 중학교에 배정받아 3년을 다녀야 한다. 특히 서울은 일부 지역처럼 지망하는 학교를 작성하는 방식이 아닌, 학교군별 전산 추첨으로 학교를 강제 배정한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은 ‘교통편’과 ‘학교군별 중학교 수용 능력’을 고려한다. ‘희망 종교’나 ‘기피 종교’ 등 요소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2026학년도 중학교 입학 배정업무 시행계획> 중 일부. 서울 중부교육지원청 홈페이지 캡쳐

한편 중학교는 사립과 국공립 학교로 나뉜다. 국공립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학교고, 사립 중학교는 별도의 학교법인이 세운 학교다. 사립 중학교는 전체의 22%가량을 차지하는데, 선정중학교(통일교)나 영락중학교(개신교)처럼 종교 단체가 선교를 목적으로 세운 경우도 있고, 충암중학교처럼 교육 이념 실현을 목적으로 개인이나 기업이 세운 경우도 있다.

사립 중학교들은 사실상 공립에 가까울 정도로 지자체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다. 과거 중고등학교 평준화 시행 당시 공립학교와 동등한 학습 환경을 만들기 위해 확립된 조치다. 은평구 숭실중학교(숭실학원)는 2024학년도 예산의 89.4%를 정부에서 받았고, 선정중학교(선학학원)는 90%, 영락중학교(영락학원)는 94%를 지원받았다.

예산 대부분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데도 종교 재단에서 세운 종립학교(미션스쿨)들은 포교를 위한 종교 교육을 한다. 법적으로 종교 과목을 듣는 것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종교’ 과목을 들을지 말지 선택할 기회는 1학년 극초반 1회 주어지고, 대부분 학생들은 친구들을 따라 쉽게 앞으로의 3년을 결정한다.

"예배 참석 필수"... 종교 대체과목 수강자 수는 '0'

영락교회에서 설립한 영락중학교에 다니는 A학생(중1)은 “친구들이 종교 수업을 들으니까 다들 종교를 듣는다”라고 했다. 실질적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토끼풀> 취재 결과 실제로 현재 영락중학교 1·2학년에서 ‘종교’ 대신 ‘환경’ 과목을 듣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영락중학교 교수학습 운영 계획>을 보니 실제로 1·2학년에는 '종교' 과목만 개설됐고, 3학년에만 '종교'와 '환경'이 함께 개설됐다.

영락중학교 배움터지킴이실 모습. 사진 문성호 기자

그나마 종교 과목은 선택권이 있지만, 예배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A학생은 “종교 수업은 필수가 아니지만, 수요일 아침 예배는 필수 참여”라고 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B학생도 “수요일 아침 8시 25분부터 9시 15분까지 예배를 하는데, 모든 학생이 참여한다”고 했다. 영락중 관계자는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신앙 강요는 없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영락중학교 교목(학교 소속 목사)은 취재를 거절했다.

"그리스도의 증거자" 교육목표까지

미션스쿨들은 ‘건학 이념’으로 종교 교육을 정당화한다. 숭실중학교는 “그리스도의 증거자가 된다”를, 영락중학교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품은 미래인재양성”을 교육 목표로 두고 있다. 재단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학생들을 종교활동에 동원하는 것이다.

종교 재단에서 학교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적어도 주어진 의무만 다한다면 어느 정도 종교적 색채가 있어도 납득할 법 하다. 하지만 종교 재단들은 풍부한 지원은커녕 법적 의무인 법정부담금조차 제대로 납부하고 있지 않다. 사립학교 법정부담금은 교직원 건강보험료 등을 납부하는 데 쓰이는 돈으로, 학교가 내지 않으면 서울시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한다.

마지막으로 통계가 공개된 2022년 기준으로 중학교를 운영하는 종교 재단들은 평균적으로 법정부담금의 22%만 냈다. 비종교 재단들은 29% 가까이 낸 것에 비해 7%포인트 낮은 수치다. 법정부담금을 완납한 곳은 동성중학교를 운영하는 가톨릭재단과 영훈국제중학교를 운영하는 영훈학원,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이화·금란중학교를 운영하는 이화학당 3곳뿐이었다.

종교재단 92%, 법정부담금 미납...한 푼도 안 낸 곳도

법정부담금을 완납한 재단들의 비율 역시 종교 사학과 비종교 사학 간 차이가 크다. 종교 사학은 8%(35곳 중 3곳)만 완납했지만, 비종교 사학은 20%(74곳 중 15곳)가 법정부담금을 100% 냈다.

종교재단이 세운 종립학교(미션스쿨)들은 자신들이 포교를 위해 설립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 재단 정관에는 “사랑과 봉사정신을 체득한 기독교적 인격양성을 위주(영락학원)” “기독교 진리에 기초하여 중등교육을 실시(숭실학원)” 등이 명시되어 있다. 교훈에도 “하나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자(영락중)”나 통일교 핵심 이념인 ‘순결’을 강조한 “정직, 순결, 친절, 봉사(선정중)”처럼 종교적 색채가 드러나 있다.

사실상 종교 사학들은 법적 의무도 다하지 않은 채 포교를 목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의 경우 진학을 학생 본인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종교 교육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지망하는 학교로 배정이 되고 극단적인 경우 자퇴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종교 교육은 인정되는 데 반해, 중학교는 학생이 진학을 거부할 수 없고, 자퇴도 불가하기 때문에 종교 교육에 대한 선택권이 더욱 폭넓게 보장되어야 하겠다.

재단이 법적으로 내야 하는 법정부담금도 미납해 교육청이 ‘재정결함보조금’으로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예배를 필수로 참석하게 하거나 종교 과목의 선택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것은 의무도 다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의무 교육인 중학교에서 이뤄지는 암묵적 종교 강요는 그 자체로 인권침해다. 학생인권조례에도 ‘학생에게 예배·법회 등 종교적 행사의 참여나 기도·참선 등 종교적 행위를 강요하는 행위’와 ‘학생에게 특정 종교과목의 수강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고,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2008다38288)까지 있다.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장은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라 하더라도, 공적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자율성과 종교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종립학교 재단들은 학교 경영의 법적 의무인 법정부담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국민 세금에 기생하고 있다. 학생의 선택권도 보장하지 않고 재정적 의무도 다하지 않은 채로 종교세 확장에만 몰두하는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