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멸'은 폭력적 표현”
[르포]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전국 언론 자랑』 북토크 참석기
지난 18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미디어 먼슬리’에서 ‘소멸이 아니라 삶을 담는 지역 언론 이야기’를 주제로 윤유경 기자가 쓴 책 『전국 언론 자랑』의 북토크가 열렸다. 『전국 언론 자랑』은 각자의 자리에서 참된 ‘지역 저널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역 언론사 19곳을 취재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윤유경 기자는 북토크 자리에서 지역 언론의 역할과 필요성을 설명하며, 취재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화들을 털어놨다.
책에 등장하는 <진안신문>의 류영우 편집국장, 충북 괴산 송면초등학교 어린이신문 <어쩌다 특종!>의 기자들과 담당 선생님, 뉴스민 기자들 등 『전국 언론 자랑』의 주인공들도 자리를 찾았다. 책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과 감사를 전하며 웃음꽃이 피었다.

”소외된 이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 공정성”
윤 기자는 “미디어오늘 기자로서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쓰게 된다”며, “공정한 보도의 기준은 참 어려운 문제인데, 지역 언론 기자분들을 만나며 소외된 이들에게 목소리를 더 기울이는 것이 언론의 공정성이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진안신문 류영우 편집국장은 “기성 언론에서 들어주지 않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좀 더 싣고 귀 기울이며 독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언론의 공정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기자는 “남성이 주류인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에, 기성세대의 목소리가 넘치는 사회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주류 담론과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공정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의 소식만 많이 다루는 언론 환경에서 지역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며 ‘풀뿌리 매체’에 더 관심을 갖고 찾아 나선 게 제가 실천한 언론의 공정성”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신문 배달까지…<어쩌다 특종!>
충북 괴산 송면초등학교 어린이 신문 <어쩌다 특종!>은 다른 대부분의 학교에서 발행되는 어린이 신문들과 다르다. 윤 기자는 “이 신문은 진짜 어린이들이 주체가 돼서 우리 목소리를 싣는 그런 신념이 있다”며, “어쩌다 특종이라는 이름도 어린이들이 직접 공모해서 지은 신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주제 발제와 취재, 편집회의, 신문 배포까지 모두를 어린이 기자들이 직접 한다는 사실에 그 자리의 기자들마저 놀라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열심히 신문을 배달했는데 쓰레기통에서 발견돼서 칠판 시위를 했다”는 등 ‘어쩌다 특종’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토끼풀>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원주점 열었더니 1천명 넘게 온 대구 <뉴스민>”
‘보수 텃밭’ 대구에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겠다” 선언하고 창간한 독립언론 <뉴스민>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윤 기자는 “<뉴스민>이 어려워져 해산까지 고민하던 시기 ‘후원주점’을 열었는데, 그때 학교 급식 노동자들, 퀴어문화축제 활동가들,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들을 비롯해 1천명 넘게 왔었다”며 “내가 속한 미디어가 운영이 어려울 때 과연 천 명 넘는 사람들이 우리를 살리고 싶다고 찾아올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게 된 계기가 뉴스민”이라고 말했다.
‘지역 소멸’이라는 낙인
윤 기자는 지역 소멸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뉴스에도 많이 나오고 지역 언론 기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며 인터넷에 나오는 지역 소멸 지도를 보여줬다.
지역 소멸 위험이 높을수록 빨간색으로 표현돼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윤 기자는 “이런 이미지는 행정적으로는 위급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직관적으로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며 “‘지역 소멸’이라는 표현과 이미지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기나 소멸이라는 단어로만 낙인 찍고, ‘재미도 의미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 폭력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
‘소멸 위험 지수’를 산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윤 기자는 “20~39세의 가임기 여성을 65세 이상 노인 인구로 나눠서 계산한다”며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만 보는 성차별적인 표현”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사람들 입장에서 이런 지역을 ‘빨간 지역’이라고 규정해 버리면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전국 언론 자랑』을 통해서 많은 지역에서 살아 숨쉬는 삶을 살고 계시는 지역 분들을 만났다”며, “책을 쓰면서 지역 소멸이라는 표현은 전부 제외했다”고 말했다.
윤 기자는 주류 언론이 지역 언론을 다룰 때 대체로 ‘사이비이거나 부패·비리 문제가 있는 언론’, 혹은 ‘소멸 위기에 놓인 언론’이라는 두 가지 틀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며 ‘전국 언론 자랑’ 기획의 취지를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전국 언론 자랑』 취재들을 통해 지역 언론의 긍정적 존재 의의가 증명됐다”고 호응했다. 지역 언론의 독특하면서도 건강한 저널리즘을 생생하게 담아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전국 언론 자랑』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