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열다섯이 미국 열일곱에게
[취재 비하인드] 미국 벤 루먼 청소년 인터뷰한 이유찬 기자
‘17세 소년, 최루탄 맞아가며 ICE 맞선다’ 기사는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이유찬 기자가 썼다. 이유찬 기자는 작년 12월 <토끼풀>에 합류했다.
처음 지원할 때 받았던 자기소개서와 글은 온통 미국과 언어 이야기였다. ‘영어 잘하는 법’이나 ‘미국에서 부는 K팝 열풍’ 따위의 기사를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져온 기사를 보고 경악했다.
미국 청소년을 찾아 전화로 인터뷰한 것도 대단했고, 한국 언론으로 얼핏 접해 알던 ICE의 횡포를 적나라하게 담아낸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우리 언론들은 지금 미국의 상황을 “ICE에 의해 또 한 명의 시민이 사망했다”거나 “트럼프가 병력을 더 투입했다”는 식으로 드라이하게 밖에서 본 팩트만 전하고 있는데, 실제 미국에 사는 청소년의 시선에서 본 인간적인 이야기가 특히 가슴을 울렸다.
기사를 처음 얼핏 보고는 이유찬 기자가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잘하는 엘리트 청소년이거나 AI에게 자아를 의탁해 대신 인터뷰한 줄 넘겨짚었는데, 둘 다 아니었다. 이유찬은 평범한 중학생이고, 이번 인터뷰와 기사 작성에 AI는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언론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어떻게 혼자서 해낸 걸까. 17세 벤 루먼을 인터뷰한 15세 이유찬 기자에게 뒷이야기를 물었다.
주제는 어떻게 선정했나.
처음 기사 작성 의무를 부여받고 어떤 걸 써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1월 중순, 미니애폴리스에 ICE가 많이 투입됐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이 생겨 주제로 삼았다. 처음엔 트럼프 정권과 1930년대를 비교한 기사를 쓰려고 했는데, 윤건우 기자가 보내준 영상에 나온 벤 루먼에게 눈이 갔다. 곧바로 그의 인스타 계정(@ben_jamin_music__)으로 연락해 “네가 하는 활동이 인상 깊고 한국의 청소년 독자들에게 현장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했더니 다음날 바로 답장이 와서 와츠앱으로 한 시간 통화했다.
영어가 어렵지는 않았나.
질문을 워드에 써놓고 인터뷰했다. 인터뷰의 80%가 준비한 질문에 대한 문답이었고, 프리토킹은 별로 없었다. 평범한 중학생 수준의 영어로도 충분히 국제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인터뷰하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인터뷰를 요청하는 인스타그램 DM을 쓰는 동시에 알렉스 프레티 사망 속보가 떴다. 미니애폴리스 상황 생중계를 DM 창 옆에 띄워놨는데, 우리나라 1980년대 느낌이 들었다. 최루탄 쏘고 사람들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분노했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가들과 겹쳐 보였다.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다.

기사는 어떤 마음으로?
한국 언론이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담는 것이 목표였다. 추상적인 팩트 보도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와 인간적인 면들을 많이 녹여냈다. ‘분노’라는 감정을 기사에 투영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한국 기성언론은 뭐가 문제인가.
‘군대 2천명 투입’같은 것처럼 팩트만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다. 내 기사에는 스토리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에 전해지지 못한 이야기를 다루려고도 했다. ICE가 투입됐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는데, ICE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독자들이 실제 미국 사람들의 스토리를 알았으면 한다.
벤에게는 어떤 걸 느꼈나.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시는 게 인상깊었다. ‘조심했으면 좋겠다’거나 ‘말리는데도 계속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처음엔 부모님이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느낌이었다. 가족 모두가 성공회 신자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굉장히 남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 많은 사람이다. 자신의 커뮤니티 안에서 주변인들을 챙기는 행동이 삶의 기본에 깔려 있는 것 같았다.
미국 이민 문제의 해결책은?
백인 커뮤니티가 이민자들 커뮤니티들과 멀어져 있다. 백인들은 오히려 레거시 미디어와 트럼프를 철석같이 믿는데, 이러면 해결이 안 된다. 백인들도 이민자 공동체의 훌륭한 모습을 본받고 교류해야 한다. 서로를 제거의 대상으로 삼고 대화를 단절하기보다는 세상을 같이 살아가야 할 동지로 여겨야.

주목받으니 든 감정은.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라 몸이 떨린다고나 할까(웃음). 앞으로 기사 어떻게 쓸까 고민이다. 기대치를 너무 처음부터 높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무엇보다 정말 뿌듯하다. 벤이 인터뷰 열심히 해준 만큼 내가 기사를 열심히 써서 잘 됐구나 하는 생각.
앞으로 <토끼풀>에서 어떤 활동을 이어갈 건가.
인터뷰하는 게 재밌다는 걸 처음 느꼈다. 앞으로 인터뷰 중심으로 기사를 써도 되지 않을까. 계속 <토끼풀>에서 국제 소식을 특색 있게 다뤄보고 싶은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