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은 학교 급식 폐기에 ‘511억원’...대안은?
'잔식' 1년 51만톤 버려져...해결책은 '기부'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무료 급식소에 ‘잔식’을 기부하고 있다. ‘잔식’이란 학교급식 또는 단체식에서 배식하지 않고 남은 음식, 즉 배식 전 예비식을 말한다. 효원고등학교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이고, 인근 무료 급식소에 기부하기 위해 잔식 기부를 처음으로 시행했다.
경기도 시흥시가 개최한 ‘학교급식 예비식 기부사업 성과공유회’에서 사회복지시설 담당자들은 잔식기부에 대해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함으로써 존엄한 한 끼로 재탄생된다”고 표현했다.
2021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혼란을 겪던 시기였다. 효원고등학교 학생 2명이 코로나에 감염돼 급식을 전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종민 교육행정실장은 “급식을 전량 폐기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현장을 가 봤다. 인근의 한 무료 급식소에서 급식을 가져갈 수 있었는데, 학교 예산을 써가며 급식을 폐기처분 해야 하는 상황이 옳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소통 24시’에 정책 제안을 하게 되었다” 라고 했다. 이를 계기로 효원고등학교는 인근의 무료 급식소에서 잔식을 기부하게 됐다.

우리나라가 매년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연간 약 885만 톤. 처리하기 위해 약 1조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발생된 음식물 쓰레기만 총 51만 1000톤으로 추정되고, 처리 비용은 약 511억원이다.
2020년 서울시 초·중·고교 음식물 쓰레기는 13,350톤이며, 처리비용은 약 28억원이었다. 2021년에는 26,620톤으로 약 52억원, 2022년에는 34,230톤으로 약 68억원의 예산이 쓰였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양과 그에 투입되는 예산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시·도교육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과 분해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음식물 쓰레기에 따른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이 생기기도 한다.
잔식을 기부하면 이러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가 해결된다. 혈세 절감부터 환경오염 방지까지, 일석이조다.
경기도교육청 ‘2024년 학교급식 푸드뱅크 연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계획’에 의하면 푸드뱅크 연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시범 운영을 9개 학교가 푸드뱅크 2곳과 연계하여 약 7개월간 참여한 결과 월 평균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 16% 감소, 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15% 감소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실제로 효원고등학교는 매일 학교에서 잔식이 버려지는 것과 매달 처리 비용으로 약 150만원을 지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잔식기부를 2022년 9월부터 2개월간 시범운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1100명이 다니는 학교에서 평균 1일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117kg 감소했고, 그 처리비용도 매달 50만원씩 절감됐다. 효원고등학교는 절감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효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랍스터 특식을 제공했다.
잔식기부를 진행하는 학교는 비단 효원고등학교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고양시 능곡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먹을 급식을 따로 푸기 전 예비식을 보관해 놓는다. 보관된 예비식을 복지관에 전달하면 복지관에서는 음식을 포장하여 사회 취약계층, 독거노인, 중장년층들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은 모두 하루 안에 끝난다. 2025년 4월 기준 경기도 내 총 180개교가 잔식 기부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잔식 기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냉장 설비, 운반시설 부족 등 안전 관리의 문제,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위생 문제와 같이 잔식 기부는 잘 관리하지 못하면 문제가 여럿 생길 수 있다. 실제로 푸드뱅크를 통한 학교 잔식 기부 과정에서 냉장 시설, 인력 부족 등 관리 부실이 드러난 사례가 있으며 잔식 기부 대상자 81%가 기부 음식의 출처를 알지 못해 알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위생 관리 기준을 명확히 하거나, 사전 고지 의무화, 현장 점검 및 관리 체계 강화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잔식 기부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도 긍정적이다. 세종시 새롬고등학교 자율동아리가 시민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민 99%가 ‘잔식 기부에 찬성한다’라고 답했다.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다.
세종시 김현옥 의원은 “현재 인류는 기후위기라는 절박한 과제 앞에 서 있으며, 탄소 중립은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라고 말하며 잔식 기부의 중요성을 지난해 12월 15일 세종시의회 정례회에서 강조했다.
경기도 의회 문승호 의원은 말했다. “잔식 기부는 단순히 예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우리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우리 주변 이웃들을 생각한다는 차원에서 굉장히 의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