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의 재미, 없어진 하루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숏폼‘ 영상은 유행을 넘어 일상이 되었다. 숏폼이란 10초~1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말한다. 2024년 여성가족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인 5시간의 상당수를 숏폼이 차지했고, 10대의 70% 이상이 매일 숏폼을 시청한다고 응답할 정도이다.
길이가 긴 동영상에 비해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인기를 보이며 숏폼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청소년들의 대화 주제도 숏폼 영상 사이에서의 유행이 대다수이며, 단순히 재미를 위한 시각적 소비에 그치지 않고 여러 기업들도 숏폼을 이용한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이다.
직접 홍보 영상을 제작할 뿐만 아니라 기존 지상파 방송에서 사용하던 ‘PPL(product placement)’을 인플루언서와 협찬하는 등의 방식으로 확장해 나가는 경향이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내 대표적인 K-뷰티 스킨케어 브랜드 COSRX는 하나의 숏폼 브랜드인 틱톡을 활용한 마케팅 이후 총 판매율이 전년 대비 약 5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는 K-POP 사업도 마찬가지다. 숏폼 콘텐츠의 확산 이후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챌린지를 활용하기 위한 중독적인 멜로디와 춤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등의 숏폼 콘텐츠 사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숏폼 콘텐츠가 단순히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다줄까?
숏폼 콘텐츠의 성장이 우리에게 다양한 이점을 가져다준 것은 맞다. 하지만 그만큼의 단점도 뒤따라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많이 꼽히는 문제점으로는 ‘집중력 저하‘가 있다. 영상의 길이가 짧아진 만큼 영상 제작자들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첨가하고, 결국 단기적으로는 즐거움을 주지만 지속적으로는 뇌에 피로감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인 김정은 씨는 숏폼 영상은 가볍지만, 가벼움이 되려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뇌가 빠르고 강한 도파민을 받아들이면서 ‘즉시 만족‘을 반복 학습하고, 이를 보상 시스템으로 여겨 책 읽기나 긴 글쓰기 등 장기 집중과 기억을 필요로 하는 활동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서도 집중 시간이 짧아졌음을 느끼는 학생이 41%나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짧고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고 일상생활에는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팝콘 브레인‘이라고 부른다. 우리 뇌가 빠르게 튀어오르는 팝콘처럼 숏폼에만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이에 길들여져 실제 현실에서 느끼는 즐거움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현상이 반복되어 익숙해지면 긴 영상을 보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다시 숏폼만 찾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또한 뇌가 쉬지 못해 과부하가 걸린 상태가 지속되어 집중을 기울여야 하는 과제에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순간은 즐겁지만 뇌의 기능은 계속해서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간 조절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급증했다. 잠깐만 보려다가 시간이 어느 순간 훌쩍 지나가 버렸다던가, 시간 감각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청소년들의 인터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튜브는 ’쇼츠‘ 숏폼을 도입한 후에 기존 약 800억 분 정도의 영상 시청 시간이 968억 분으로 뛰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 연령대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도 함께 증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청소년 층은 약 4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숏폼 이용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23%의 이용자 중 가장 많은 응답자 역시 청소년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기 직전까지도 숏폼 영상을 시청하느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 또한 상당수였다.
이처럼 많은 전문가들은 한창 뇌가 발달해야 할 청소년기에 숏폼 콘텐츠를 자주 접하게 되면 다른 세대보다 더 큰 문제가 잇따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정해 놓거나, 계속해서 자신의 숏폼 사용 상태를 점검함으로, 자기 절제 능력을 길러 나가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인 것만큼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숏폼 중독의 심각성을 알고 하루빨리 개선 방법을 도출해야 하겠다.